백제가 멸망하기 전 어느 날, 귀신이 나타나더니 “백제는 곧 망한다.” 하고
외치면서 대궐 안 땅속으로 사라졌다. 겁이 난 왕이 귀신이 사라진 땅을 파게
하자 거북이 한 마리가 있었는데, 등에 ‘백제는 보름달과 같고,신라는 초승달과
같다’고 글자가 새겨 있었다.
뜻을 몰라 답답해 하는 왕에게 신하 한 사람이 말했습니다.“보름달은장차
기울고, 초승달은 점점 커져서 보름달이 될 것입니다.
백제는 앞으로 힘이 약해질 것이고, 신라는 차차 번성할 것이니 나라 기틀을
더욱 굳건히 하도록 힘쓰라는 뜻이라 생각됩니다.”백제 왕은 크게 노하여
그신하를 죽여 버렸다. 그러자 다른 재상이 듣기 좋게 풀이하여 이렇게 말했다.
“보름달이란 혁혁하고 밝은 것이고, 초승달은 희미하여 보잘 것 없습니다.
따라서 신라가 장차 백제에게 굴복한다는 뜻이 틀림없습니다.” ...
비슷한 시기에 이성계도 이상한 꿈을 꾸었다.
방 위에서는 까마귀가 까르르 울고 아래서는 거울이 와르르 깨지는데밖을
내다 보니 꽃이 피었다가 사르르 지고 또 대문을 보니까 허수아비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것이었다. 꿈을 깬 이성계는 매우 괴상한 꿈이라고 생각하며
심히 불쾌해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성계가 무학 대사를 찾아가 간곡한
마음으로 그 꿈의 해몽을 청해 듣게 되었는데 그것으로 온갖 불안을 말끔히
씻어낼 수 있었다. 무학 대사의 꿈 해몽은 이러했다.
“까마귀가 우는 것은 왕궁에 들어갈 징조고 거울이 와르르 깨진 것은 백성이
와르르 추천을 한다는 뜻이며, 꽃이 피었다 졌으니 열매를 맺을 것이고,
밖에 허수아비가 있으니 왕궁에 있으면 모두가 우러러볼 것이다.”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무학 대사는 꿈으로 따져 해몽을 한 게 아니라 자기 생각 나는 대로
그냥 말해 버린 것뿐이다. 그러니 꿈에 머리를 풀어 산발한 귀신을 봤다
해도 좋은 생각을 내도록 하라는 말이다.
꿈도 생시요 생시도 꿈이다. 혹 꿈에 나오는 어떤 모습들이 기괴하다 할지라도
전자의 업식으로 인연된 그 모습이니 그것도 내 모습이다. 모든 것은 주인공이
화해서 나오는 것이니 속지 말고 맡겨 놓으면 항복받을 수 있다. 일체가
둘이 아닌 나툼을 하는 까닭에 천백억 화신이라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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